ShenYun

미국의 차악, 그마저 부럽게 하는 우리 대통령들
DATE 16-11-18 01:45
글쓴이 : 어드민      

그녀는 울음을 참고 있었다. “이건 우리가 간절히 원하고 또 이루기 위해 애썼던 그 결과는 아니다. 여러분이 느끼는 절망감을 나도 똑같이 느낀다. 그래서 고통스럽다. 이런 감정은 오래 갈 것 같다.”
분노와 실망을 억누르고 간신히 내뱉은 말들, 힐러리의 대선 패배 후 첫 연설이다. 오죽 낙담했으면 당락이 결정된 당일이 아닌 다음날에야 대중 앞에 나와서 입을 열었을까. 그녀를 지지하고 대통령으로 다시 만나고 싶어했던 열렬한 추종자들 앞에 패배자로 선다는 것 자체도 힘겨운 일이었을 터. 
그녀는 “우리는 저 가장 높고 단단한 유리천장을 아직 깨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전했다. 미국 사회가 여성 대통령을 받아들인 준비가 덜 됐다는 안타까움이었다. 그런 한탄이 짙게 담긴 마지막 말은 뭉클했다. “나에게 신념을 보여준 모든 여성들이여, 내가 당신들의 챔피언이었다는 사실보다 내게는 더 자랑스러운 게 없다는 사실만은 꼭 알아주기를.” 
눈 앞에서 대통령 자리를 놓친 그 충격과 고통에 대해 공감이 간다. 그 목표 하나로 달려온 햇수가 벌써 몇년째인가. 그러나 한편으론 저 모습이 더 나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이유가 있다. 그녀처럼 대통령 낙선자 연설은 일말의 연민과 공감이 가기에, 대통령을 하다가 하야나 탄핵의 요구를 받아야할 정도로 실정(失政)한 여성 대통령으로 불명예스런 사과를 하는 것보다는 수천, 수만배 낫겠다는 생각에. 
미국인들도 현재 당선된 트럼프에 대해서 인정 못한다고 여기저기서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그렇다고 아직 시작도 안한 대통령 자리를 내놓지도 않겠지만, 사실 미국은 대통령으로 나름 명예롭게 마치는 비율이 적지 않아서 대통령 끝나고 더 나은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지금은 의심스런 트럼프가 역사에서 괜찮은 대통령이었다는 평가를 받을 대반전이 확률적으로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그런 대반전의 확률은 제로다. 현재까지 한국 대통령 중에 끝이 좋은 경우가 한번이라도 있었던가. 대통령을 안했더라면 더 좋았을텐데라는 한탄이 없던 적이 있었던가. 그 누구든 대통령이 됐을 때 앞섰던 기우, 대통령 하기 전보다 더 안 좋게 될 비운의 길을 선택했다는 염려가 다 현실이 됐다.   
그러니 이제 누가 다시 한국 대통령이 된다한들 마음 편히 기대와 희망만 가질 수 있을까. 하야를 외치는 이들조차도 ‘그럼 다음은 누구?’라는 질문에 선뜻 답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단지 인물이 없어서만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지금 내가 지지하고 존경하고 세워주고 싶은 그 사람이 대통령을 하게 되면 또 다시 불운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는 노파심에. 
미래학자 리프킨의 예언이 한국 대통령 관련해서 맞아 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갈수록 혼돈의 와중으로 빠져들고 있고 어떤 일도 제대로 되는 게 없다. 위기를 넘겼다고 생각하는 순간 또 다른 사건이 터진다. 거기에 관련된 사람들 모두 탓해도 사태는 갈수록 악화된다. 정치권 리더나 대단한 사상가라도 이 만연된 문제를 풀 전망은 보이지 않는다.” 
사람 자체가 문제였을 수 있고, 혹은 한국의 5년제 ‘제왕적’ 대통령제가 원인일 수도 있다. 사실 따져보면 어려운 자리다. 어차피 직선제로 선출되면 기껏 과반수를 조금 넘는 표로 대통령이 되는 게 현실이다. 국민 절반의 반대를 안고서 시작하는 게 대통령이다. 그들의 반대 이유를 달래야 하는 부담에다 전직 대통령들이 욕먹었던 근원들은 다 원천봉쇄해야 한다는 축적된 숙제까지 안고 시작하게 된다. 
친인척을 멀리하고, 측근을 잘 관리하고, 독재를 하지 말아야 하며, 인사 기용도 잘해야 한다. 돈과 사생활을 조심해야 하고, 나라 경제도 살려야 하고, 국가 안보도 책임져야 한다. 나라 불행사에 대한 책임도 잘 져야 하고, 트럼프 당선으로 전 세계가 취하는 극우 자국 이익주의, 강성 지도자 추세에도 기민하게 대처해야 한다. 이 모든 책무에서 단 하나의 흠없이, 임기 말년까지 헤쳐나가야 하니 웬만한 각오와 반짝 포퓰리즘 인기로 덤벼들 자리는 아니다.  
힐러리와 트럼프가 대선 후보가 됐을 때 “신이시여, 최소한 우리에게 투표할 후보는 주셨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라고 미국 유권자들이 비관했다는 말도 있었다. 원하는 인물은 없는데 굳이 뽑아야 하니 ‘차악(lesser evil)’의 선택을 했다는 말도. 그러나 지금은 믿어보고 기회를 주자고 말한다. 또 한번 미국식 반전을 기대하는 것이다. 한국을 보며 ‘신이시여’를 절로 찾는 우리 이민자들은 그 트럼프마저 부럽다.
<이준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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